2017년 10월 8일 목양칼럼입니다
인도하심을 따라가는데 길이 막혔을 때.
주님의 부르심을 따르는 것은 항상 가슴이 떨리는 기쁨에 찬 긴장과 소망이 가득 담긴 두려움이 있습니다. 때로 그 부르심 앞에 선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주님 한 분만을 바라보고 가야 할 것을 요청 받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꿈과 가정의 기대,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해가는 그 분 한 분을 따르겠다는 결단은 인생을 전적으로 그분께 의탁해서 드리는 여정에 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부르심 앞에 서서 가는 길이 항상 열리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장애물들로 막히고, 오랜 기다림에 지치기도 하고, 쉽지 않은 삶의 무게와 관계의 압력들 앞에 서기도 합니다. 도무지 그 길로 가는 기회가 보이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을 허송세월 하기도 하고, 가면 갈수록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길이 나는 것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17살에 선교사로 부르셨습니다. 이십대는 선교지를 향한 마음으로 채워졌고, 그 땅의 사람들을 섬기기 위한 선교훈련을 받으며 주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고자 준비했습니다. 시드니를 처음 온 것도 목회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곳에서 사역을 하고 부르심이 있는 나라로 파송받기 위한 흑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하나님께서는 그곳에 갈 기회를 열어 주시기보다는 4,5년의 시간을 통해서 또 다른 부르심을 말씀하시고 저로 하여금 이곳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이곳에 있는 이민자들을 섬기라고 하셨습니다. 목회를 하는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더군다나 이민목회는 제가 너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서서 잔머리의 투구를 쓰고, 거절이라는 방패를 손에 들고, 유혹앞에서 도망치기 위한 몇 번의 기회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지금 시드니에서 목회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희 부족함으로 성도들을 잘 섬기지 못함과 다음공동체 가족들의 필요를 잘 돌보며 그분들에게 더 좋은 목사가 되지 못함이 늘 마음에 짐이고 송구스러움입니다. 제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주님께서 있으라고 하셔서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저는 하나님의 관심은 ‘무엇’보다 ‘어떻게’에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인도하셨던 ‘이것’, 혹은 ‘이 곳’, 혹은 ‘이 일’을 향해서 가길 원하는 여건과 환경이 열리지 않거나, 길이 막히고 그 곳에 막연히 고인 물처럼 머물게 될 때, 혹은 하나님이 새로운 것으로 우리의 삶을 옮기신다고 느낄 때, 우리는 기다림에 지친 원망의 마음이 들 때도 있고, 그분의 부르심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부담과 눌림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첫번째 부르심이 클수록 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더 큰 요구와 그분의 자녀들에게 요구하시는 성숙의 징표는 ‘무엇’보다는 ‘어떻게’입니다. 첫 번째의 부르심을 따라서 살아가고 있든지, 길이 막혀서 잠시 동안 전혀 다른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이든지, 주님의 다른 인도하심을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든지… 하나님은 우리가 어디에 있거나, 무엇을 하는가?하는 것보다, 하나님 앞에서 있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부르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아니라, ‘하나님 그분’입니다. 즉, 그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하나님 앞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그분의 진짜 부르심의 목표이고 우리를 향한 성숙의 계획입니다.
그분의 인도하심안에 살아가는 또 다른 한 주간의 삶이 그분의 신실하신 백성으로, 그분의 말씀과 그분의 성품과 그분의 사역을 드러내는, 이 땅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성육신하신 몸으로 그분의 형상을 보여주는 교회가 되어가길 바랍니다. 그분의 부르심안에서 만난 한 분 한 분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하고 축복하며… 김목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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