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일 목양칼럼입니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갑자기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께서 위암 3기로 판정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제자훈련반을 섬기고 다음날 새벽에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서 바로 향했던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어머니는 그대로였습니다. 힘이 조금 없어 보이셨지만, 생각처럼 위기앞에 서 있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건강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은 하룻밤을 넘기지 않고도 알 수 있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신경과 근육으로 어머니는 스스로 놀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만5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저의 일은 어머니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어머니께서 집으로 옮기신 후에도 바로 옆과 뒤에서 어머니와 함께 했습니다. 병원 복도 끝에 있는 쉼터에서 바람을 쐬실 때에도, 밤에 주무시다가 불식간에 해우소를 다녀오실 때에도, 집에 오셔서도 아침에 눈떠서부터 밤에 주무시기까지 약을 드리고, 음식을 준비하고, 간식을 드리고, 아파트의 복도를 걷고, 하나 하나를 어머니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했습니다.
모두의 어머니가 그러시겠지만, 저에게도 늦깍이에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은 그 어머니의 존재만으로도 감동과 은혜를 느끼게 합니다. 어릴 때 나의 어머니는 항상 내 곁에서 나와 함께 계실 것이라고 당연하고 마땅하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 어머니의 사랑을 평생 받았지만, 그것을 다시 어머니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생각하니 너무 짧게 남았습니다.
제가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어머니를 섬기기 위해서 빨래를 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모시고 나가서 복도 끝에 함께 앉아있고, 전화기를 고치고, 행정을 처리하고, 몸을 주물러 드리고, 안아드렸던 것은 생각해보니, 제가 어릴 때 어머니께서 저에게 해주신 일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저에게 20여년을 마다하지 않고 해 주신 일을 닷새동안 하고 온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일분 일초도 너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머니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제 기억의 중추속에 새겨놓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어머니의 손의 감촉, 어머니의 머리냄새, 어머니의 품, 어머니의 숨소리, 어머니의 걸음걸이, 그분과 함께 겸상을 하고, 그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순간의 촉감과 마음의 상태와 어머니의 목소리 톤과 눈동자까지… 물론 시간이 가면 잊혀지겠지만, 그 동행의 시간이 가져다 준 잊지 못할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가급적 건강하고 싱싱한 기억세포 속에 넣어두고 싶습니다.
어머니를 조카에게 맡겨두고 나오는 날 어머니와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단어마다 아멘을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더 꼭 감싸안고 기도를 했습니다. 평생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라온 아들이 어머니에게 드릴 수 있는 것들은 유통기한이 너무 분명한 것들이었는데, 어머니에게 심겨진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어머니의 그것을 가장 잘 닮아있는, 영원한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어머니와의 헤어짐이 눈물이 아니라 감사와 사랑과 축복의 말로 끝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머니의 마음에 있는 그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은 무한하지만,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합니다. 그 마음의 저림과 송구함이 어머니의 마음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채워집니다. 두려움 속에 있지만, 하나님을 바라보는 자의 평안으로 이겨내시는 어머니가 감사하고, 유통기한이 없는 사랑으로 우리 가정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주시는 오후입니다. 그렇네요. 하나님의 사랑은 유통기한이 없지만, 우리의 사랑은 유통기한이 있어요.^^ 사랑은 살아가는 동안만 할 수 있습니다. 한 주도 후회없이 주님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다음의 가족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여러분을 사랑하는 김목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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